[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청바지 백서 - 고동현
청바지 백서 / 고동현 Y가 실종된 것은 12월 말, 해가 바뀌기 사흘 전이었다. 작업실에 있어야 할 그가 오후 네 시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의 한 쪽 귀퉁이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투명 유리로 둘러쳐져 있었는데, 그가 사라진 것을 의식한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그를 관리하는 전산부장은 하루 종일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 진이 빠진 나머지 그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타 부서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Y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가 수리해야 할 컴퓨터는 밀려 있었다. 전산 부장은 Y를 파견한 외주 업체에 따졌다. Y가 소속된 외주 업체는 부랴부랴 대체 직원을 보냈다. 작업실에는 컴퓨터 두 대가 분해 된 채 바닥에 널려 있었고, 프로그램을 설치하다 만 노트북이 작업대 위에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