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키르티무카 / 김대갑
키르티무카 / 김대갑 그토록 날카롭고, 깊고, 빠르게 뼛속까지 스며든 것은 없었다. 나치 수용소인 베르겐-벨젠의 사진을 보고 수전 손택이 한 말이었다. 현수 역시 티베트 노승을 찍은 사진에서 허파와 췌장을 파고드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롤랑 바르트가 말한 푼크툼이었다. 그가 국립미술관으로 가던 날에는 유독 노란 낙엽들이 범나비 떼처럼 너울거렸다. 현수는 티베트 데뿡 사원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실로 들어섰다. 격배산의 사면을 따라 층층이 배치된 희읍스레한 건물들. 작은 전각들이 오종종하게 앉아 있는 사원 안의 풍경과 조용히 걸어가는 스님들의 모습이 소박한 유화처럼 보였다. 현수는 사원의 이모저모를 눈으로 좇다가 그 사진 앞에서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편편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일그러진 등신불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