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 안수현
당선작>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 안수현 윗집은 오늘도 많이 더운가 보다 아무렇게나 잘라두어 우리 집 창문에 아른거리는 에어컨 실외기 호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엄마는 시끄럽다면서도 마른 토마토 화분을 물자리에 밀어둔다 새순 발끝을 받치고 있는 큰 줄기 손끝이 새파랗다 너를 이렇게밖에 밀어올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는 누군가와 닮았다 왜 자꾸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걸까, 그냥 그렇게 된 건데 우린 순진한 토마토일 뿐인데 어차피 충분히 어른이 되면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자신을 떨어뜨려야 할 텐데 땅에서 났으면서도 먼 하늘만 보고 자라 땅에 묻히기를 두려워하는 엄마 없는 엄마와 엄마밖에 없는 딸 토마토는 어디에서든 뿌리를 내린다 홀로 오래 있었던 토마토 과육에선 제 심장을 디디고 선 싹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