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파란 잉크 주식회사 - 이중원
파란 잉크 주식회사 / 이중원 새초롬한 잎사귀에 햇살이 내리쬐어도버스가 남기고 간 잿빛의 연기만이망막에 재고가 남은 유일한 색채일까발 아래 선이 있고 내 뒤로 줄이 있다느려지는 발자국을 억지로 잡아끌어통근의 컨베이어에 실려가는 유리병모래알 흐르듯이 부서지는 빛줄기가정류장 팻말 옆의 풀 허리에 한껏 고여메마른 마개 틈새에 떨어지는 오전 10시빵, 하는 경적음에 뜬 눈이 부시도록생생하게 흔들리는 푸릇한 잡초들만,염가에 세일 중인 창공, 한없이 싱그럽다 나만의 빛의 온도로이 길의 끝까지… 싸늘하게 입김마저 얼 것 같은 공기만큼이나 햇볕이 곱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날. 당선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가슴 벅찬 기쁨도 있었지만 ‘아, 이제 정말로 시작이구나’… 글을 쓰는 손 위에 좀 더 무겁게 실리는 책임감을 느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