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페가를 어루만지다 - 양진영 페가를 어루만지다 / 양진영 허물어지는 것은 새것을 위한 눈부신 산화나는 철거될 농가의 마룻바닥에 가만 귀 기울인다그들이 나눈 말이 옹이구멍에서 바스락대고안 보았어도 떠오르는 정경이 살포시 열린다 문풍지에 꽃핀 청태靑苔는 그들의 회한 혹은 눈물의 자국뒤틀린 문틀만큼 가족이 부서지는 아픔도 맛보았으리라거북 등처럼 갈라진 목재에 왜,산골에서 밭을 일구고 사는 노모의 손등이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인연의 무결이 배어 있을까 헐리는 것은 거룩하다 그것은 촛농과 마찬가지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히고 남은 잔해이므로뜨락에 소나무는 송홧가루를 날려 금빛 보료를까는데새집을 짓는다는 설렘은 어디 가고 나는누가 잠든 것 같아서누가 숨어서 부르는 것 같아서 자꾸만방바닥을 어루만진다 평생 주인을 덥히며 보낸 폐가의 일생은불이었.. 좋은 글/시 9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