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수박 / 하가람
수박 / 하가람 여름은 해가 길었고 우리는 시원한 곳을 찾아다녔다. 도시의 많은 이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꽃집을 겸하는 카페와 일본식 정원을 가진 대형 카페는 만석이어서 우리는 빈자리를 찾아 더운 거리 구석구석을 헤맸다. 거리에 그토록 카페가 많은데 모두 사람이 차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섯 번째로 방문한 카페도 마찬가지로 실내에 앉을 곳이 없었는데 테라스 자리만 텅 비어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우리는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직원이 아이스커피와 주스를 내올 때까지 우리는 노란 차양 아래 앉아 날씨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덥다, 어제는 그제보다 더웠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울지도… 그건 우리가 사흘 전에도 일주일 전에도 나눈 비슷한 이야기, 이야기라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