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불교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셀프컨트롤 / 조주헌
셀프컨트롤 / 조주헌 영하의 추운 날씨라 오래간만에 롱 패딩 점퍼를 옷장에서 꺼낸다. 러닝셔츠와 5부 반바지도 잘 가려줄 것이다. 지갑을 챙기고, 슬리퍼를 신을지 고민하다 밑창이 살짝 떨어져 나간 스니커즈에 겨우 발을 욱여넣는다. 동네 병원에 갈 참이다. 걷기에는 먼 거리지만, 의사가 걷는 것을 추천해서 오늘은 걷기로 한다. 병원은 익숙한 간판을 달고 있다. 녹색등이 들어오길 기다릴 때마다 눈에 띄는 곳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병원에 갈 거라 상상해본 일은 없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누구든 도무지 설명 안 되는 경험 한 가지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절로 그렇게 되는, 달아나려 발버둥 쳐도 소용없는 그런 경험 말이다. 내가 뒷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그를 따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