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햇무리 아이들 / 신수진
햇무리 아이들 / 신수진 뻥 뻥 하늘 머얼리 공이 달아나고 우르르르 아이들이 공을 쫓아 솟아오르면 한낮의 둥근 태양도 갈 길 잊고 공을 따라 뛰어간다 아이들 함성이 이리 콩 저리 콩 발끝에서 발끝으로 날아다닐 때 데굴데굴 온종일 흙강아지들은 축구공과 하나되어 바람을 만든다 밥 짓는 냄새가 둥실둥실 마을을 들어올리고 아이들의 빨개진 얼굴 너머 바쁜 해가 후다닥 뛰어갈 때 흰쌀밥 소복한 엄마 웃음 지구를 짊어진 듯 무거운 학원 가방 줄넘기도 과외받는 1등 아이 달빛 싣고 달리는 엄마 차에 이끌려 책에서 책으로만 굴러다녀도 까무잡잡한 햇무리 아이들은 시험지의 동그라미보다 더 큰 동그라미를 하늘 높이 햇무리에 그린다 책 속에서 꿈꾸는아이들을 위하여 노을이 지도록 빈 교실에 남아 동시를 썼던 어린 날의 장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