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허블 등대 / 박샘 허블 등대 / 박샘 날리는 모래들이 눈에 자꾸 끼어든다 빠지고 싶어 했던 깊이가 있었다고 열리면 바로 닫히는 문을 열고 또 연다 떴다가 감았다가 점멸하는 등대처럼 별이 든 눈에서는 깜박이면 반짝여서 출처를 밝힐 필요가 모래에겐 없었다 들 만한 깊이라면 찾기가 쉽지 않아 운석을 지나왔고 사막을 건넜으나 빠지면 나오지 않아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껐다가 다시 켜진 반복은 언제 쉬나 왔다 간 잠이 또 온 불면의 행성에서 모래는 침몰을 향해 국경선을 넘는다 ‘결말’에서 ‘시작’이라는 반전을 만난 것 같다 갈 데까지 가리라는 무모한 의욕에는 지도가 없었다. 길잡이가 없었고 목적지가 없었기에 너무 멀리 와버렸다. 동행이 없었고 미행도 없으므로 걸음대로 따랐고, 몰라도 도착했으며 쉽게 길을 잃을 수 있었다. 누구도 방.. 좋은 글/시조 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