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고상한 소스의 세계 / 원미란
고상한 소스의 세계 / 원미란 휴대폰이 깨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버스는 휴대폰을 육중한 바퀴로 누르며 유유히 떠나버렸다. 바랑도 모정리, 이 정류장에서 내리는 승객은 나 혼자였다. 서울에서 바랑도까지 오는 동안 등이 축축해져서 가방을 옆 좌석에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게 실수였다. 빠르게 달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을 때 나는 바로 이곳이 내가 내려야 하는 모정리라는 걸 알고 당황했다. 서둘러 여행용 백팩과 작은 크로스백을 들고 급하게 하차하다가 결국 휴대폰을 놓쳐버린 거였다. 낭패스러운 일은 그뿐이 아니었다. 이곳 바랑도의 시골길은 하차하는 사람이 적어 버스가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야 깨달았다. 아무리 그래도 십오 분이나 빨리 도착하다니. 휴대폰을 주우려고 몸을 숙였지만 이미 늦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