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 호모 헌드레드 / 이상민 호모 헌드레드 / 이상민 1 소설이 지났지만 꽃은 아직 피어 있다. 계절에 맞지 않는 공원의 풍경은 다른 세상이 펼쳐진 듯 설면설면하다. 공원이 꽤 넓기에 낯섦은 조악하지 않고 특별한 정취를 풍긴다. 사실, 공원의 꽃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철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시의 용역을 받은 조경 회사가 주기적으로 새로 심고 품 들여 유지하는 인위적 화단이다. 세상의 옆구리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공원의 화단 사이로 마른 바람이 분다. 익숙하지 않은 첫추위가 매섭다. 그래도 아직 영상의 기온이고, 조금은 가벼운 코트로 멋을 부려도 시의에 적절하다. 공원 안의 사람들은 회귀한 계절과 새로운 공간에 들떠 각자의 영감을 착상하고 있다. 그들은 서울의 사대문 안에 이처럼 너른 공터가 있다는 것이 예기하지 못한 .. 좋은 글/소설 약 1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