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혼자 계단을 오르면 / 강영란
혼자 계단을 오르면 / 강영란 ‘오늘은 어떻게 하지?’ 돌봄 교실에서 나와 터덜터덜 걸었다. 벌써 우리 집이 있는 5층 연립 주택 앞이다. 화단에는 키 작은 단풍나무가 머리부터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어깨에 멘 가방을 풀고 화단에 걸터앉았다. “휴우.” 집에 가려면 3층까지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나는 그게 무섭고 싫었다. 창은 먼지가 내려앉아 뿌옇고 복도 등은 수시로 고장 났다. 항상 나를 마중 나오던 할머니는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지금 병원에 계셨다. 계단에 사는 새가 할머니 발등을 쪼았을 게 분명했다. 두 팔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나는 늘어뜨린 다리를 끌어올려 감싸 안았다. 번쩍, 가로등 불이 켜졌다. 한여름에는 여덟 시에도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