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안나의 방 / 홍기라
당선작> 안나의 방 / 홍기라 정래는 토요일 새벽 안나에게 청혼을 해왔다. 신혼여행으로 함께 하와이에 가자고 했고 자기는 거기서 파도를 탈거라고 했다. 그때 그들은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고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안나는 정래가 했던 말들은 전부 기억할 수 있었다. 둘은 흔들리는 그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안나는 입고 있던 얇은 카디건을 벗어 머리에 둘러썼고 정래는 캔맥주 뚜껑 따개를 뽑아 안나의 새끼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약지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따개는 새끼손톱에 걸쳐져 우스웠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들은 계속 낄낄대고 있었다. 늦봄의 새벽 공기는 쌀쌀했고 어두운 밤하늘은 조금씩 엷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입속에 혀를 집어넣었다. 안나는 지난 밤 이태원 클럽에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