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보나와 바비의 시간 : 되찾는 ‘여-성’들의 시간 / 황녹록
보나와 바비의 시간 : 되찾는 ‘여-성’들의 시간 / 황녹록 1. 응시, 따뜻한 혹은 서늘한 잔해가 쌓인 역사 바깥의 파국을 응시하면서, 바로 그곳에서 죽은 자를 불러일으키고 또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모아 다시 결합하려는 새로운 천사(1)가 있다. 문학에 ‘역사’를 기입하는 일은 공식 기억으로서 공고한 리얼리즘의 자리에 침입하여 그 시간을 절단하고, 그 곳에서 낯선 리얼리즘을 창안하는 일이다. 문학은 파국의 현장에서 이미 쓰인 역사에 어떤 물음을 던지면서 과거의 부서진 시간과 새롭게 대면하는 일이다. 기존의 역사가 배제하고 누락시킨 타자들의 ‘사건의 시간’을 다른 언어로 기입하여 낯선 시간을 생성하는 일이다. 거대한 역사가 승인하고 기록한 젠더의 바깥, 누락된, 잔여로서의 여(餘)-성(性)과 떠도는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