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난한 오늘 - 김병국
가난한 오늘 - 이병국 검지손가락 첫마디가 잘려나갔지만 아프진 않았다. 다만 그곳에서 자란 꽃나무가 무거워 허리를 펼 수 없었다. 사방에 흩어 놓은 햇볕에 머리가 헐었다. 바랜 눈으로 바라보는 앞은 여전히 형태를 지니지 못했다. 발등 위로 그들의 그림자가 지나간다. 망막에 맺힌 먼 길로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허리를 펴지 못한다. 두 다리는 여백이 힘겹다. 연필로 그린 햇볕이 달력 같은 얼굴로 피어 있다. 뒤통수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양손 가득 길을 쥔 네가 흩날린다. 뒷걸음치는 그림자가 꽃나무를 삼킨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꽃이 떨어진다. 당선소감 이병국 △1980년 인천 강화군 출생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인하대대학원 석사 수료(현대문학) 대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창이 나 있었습니다.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