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시 대상 당선작] 눈보라 / 강태승
눈보라 / 강태승 밖에는 죽어라 무너져라 눈이 내리고 찬바람은 빈틈으로 칼을 들이미는 너덜너덜한 신발들만 모인 식당 옆 탁자에서 한 사람은 명퇴자이고 한 사람은 명퇴하여 사업 중이고 한 사람은 명퇴 대상자라는데 펄펄 끓는 선짓국이다 처음엔 꽃송이를 주고받다가 말과 말 사이 핏물이 보이더니 칼을 쥔 것처럼 솔직한 손짓발짓에 누룽지 까맣게 탄 이야기 내 술잔에 배인다 딸이 고3인데 명퇴하였다는 아들이 대학2학년인데 명퇴금으로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사기당해 다시 취직했다는 노모가 암에 걸렸는데 명퇴 대상자라는 날고기가 안주로 배달된다 살점 떼어 주는 것처럼 권하는 소주 어린 사람은 피처럼 받아 마신다 금세 꽃이 다아 떨어졌는지 대화가 묵처럼 엉키고 컴컴한 데에 못질하는 소리 관(棺)뚜껑처럼 깔리는 눈꺼풀 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