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김경숙 / 악어 호루라기
악어 호루라기 김경숙 “대구역에 할머니가 나와 계실 거야. 도착하면 문자 보내.” 아빠가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미안하면 아빠는 내 머릿속을 이렇게 헤집어놓았다. 좌석에 앉으며 아빠의 눈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빠가 살그머니 손을 잡았다. “조금만 참고 있으면 금방 데리러 갈게.” `걱정 마.' 하지만 말은 입 속에서만 뱅글뱅글 돌았다. 나는 엄마 얘기를 물어보고 싶었다.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아빠가 말했다. “엄마 깨어나면 바로 연락할게.” 눈물을 참으려고 나는 주머니 속의 호루라기를 아프도록 꽉 움켜쥐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아빠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가야겠다.” 기차에서 내린 아빠가 나를 볼 수 있는 곳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이 통로로 우르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