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농담이 아니어도 충분한 밤 - 권이항
농담이 아니어도 충분한 밤 / 권이항 주소를 들고 찾아간 동생의 집은 여섯 평 원룸이었다. 작은 냉장고나 구식 텔레비전 같은 것은 옵션이었고, 따라서 처분해야 할 짐은 많지 않았다. 옷가지들은 내가 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책이나 일기장 같은 것도 없었다. 동생은 죽기 사흘 전에 월세를 지불했지만 집주인은 돌려주마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동생의 자취를 없애주길 바라는 의도가 분명했다. 나는 열쇠를 건네받으면서 정리가 다 되면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인은 하루에 한 번씩 오층 계단을 올라와 재촉했다. 하루나, 늦어도 이틀, 사실을 말하면 한두 시간이면 정리할 시간으로 충분한 게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동생이 자살한 것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그다지 심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어제 다시 마지막으로 이틀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