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그런 하루 / 김수연
그런 하루 / 김수연 학교가 끝나고 축구를 한 판 했다. 동전을 긁어모아서 음료수 한 병을 샀다. 넷이서 나눠 먹으니 한 모금씩밖에 못 먹었다. 아직 초여름인데도 햇볕이 너무 뜨거웠다. 애들은 학원에 가야 한다며 나랑 민규만 남기고 갔다. 민규와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규도 나처럼 아버지와 둘이만 산다. 우리는 서로 눈치 없이 엄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민규와 둘이 있는 게 편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둘 다 할 말을 잃은 채 있을 때도 많았다. “연재한테 가 볼까?” “거기 가서 뭐하냐?” “있으면 같이 노는 거지 뭐.” 민규도 나처럼 배가 고픈 거 같았다. 나는 못 이기는 척 민규를 따라 걸었다. 연재네 빵집은 시장 입구에 있다. 우리는 건너편에서 까치발을 든 채 안을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