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낮잠 훔쳐보기-양성숙)
낮잠 훔쳐보기양성숙 달아나려는 바쁜 오후가 아기의 손에 잡혔다 오가는 발소리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옴짝달싹못한다 허공을 말아 쥔 채 공기까지 부여잡고, 요람 속에 깊숙이 빠져든 아기가 놔줄 기미 보이지 않자 풀 죽은 오후가 잠잠하다 찬찬히 탐색하는 눈길을 아는지 아기입술에 꼬리가 생겼다 사라진다 살짝 벌어진 살구꽃잎에 나른한 웃음이 고여있다 이백팔십일간의 비밀을 가득 담고 깊게 잠든 손 내막이 궁금한 커다란 손이 얇고 투명한 손가락을 열면 움츠러들며 더 힘껏 말아 쥐는 아기의 손 나팔꽃처럼 오무라든 주먹이 숨겨 논 아기의 비밀을 가만가만 펴보니 저항 없이 하나씩 하나씩 열리는 아기의 손 돌돌말린 하얗고 긴 먼지가 살포시 누워있다 하얀 손수건이 조심조심 아기의 비밀을 캐내자 고스란히 따라 나오는 아기의 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