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낚시 / 라유경
낚시 / 라유경 소화전 문을 열었다. 긴 호스가 뱀처럼 기다란 몸을 구부려 똬리를 틀고 있었다. 마치 뱀이 알을 품듯 작은 택배 상자가 안겨 있었다. 상자를 꺼내어 흔들었다. 가벼웠고, 둔탁한 소리만 들렸다. 센서등의 불이 꺼졌다. 손을 흔들었다. 다시 불이 켜졌다. 상자 겉면에 쓰여 있는 주소와 이름을 확인했다. 내 것이 맞았다. 취급 주의. 깨진 유리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에어캡 포장지가 물건을 깨지지 않게 잘 감싸고 있을 것이다. 택배기사는 소화전 안에 물건을 넣어놓겠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택배가 올 때마다 나는 집 안에 있었지만 현관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소화전은 어느새 택배기사와 나와의 은밀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경비실에 맡겨놓았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것이 귀찮았는지 기사는 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