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 - 지연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 / 지연 무덤 자리에 기둥을 세운 집이라 했다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나는 당장 갈 곳이 없었으므로무너진 방을 가로질러 뒤안으로 갔다 항아리 하나가 떠난 자들의 공명통이 되어 여울을 만들고 있었다관 자리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던 일가는 어디로 갔을까? 한때 그들은 지붕을 얹어준 죽은 자를 위해 피붙이 제삿날에 밥 한 그릇 항아리 위에 올려놓았을 것도 같고그 밥 그릇 위에 달빛 한 송이 앉았을 것도 같은데지금은 항아리 혼자 구멍 뚫려떨어지는 빗방울의 무게만큼물을 조용히 흘러 보내고 있었다 산자와 죽은 자의 눈물이 하나가 되어 떠나는 것 같았다 어디를 가든이 세상에 무덤 아닌 곳 없고 집 아닌 곳 없을지도항아리 눈을 쓰다듬으려는 순간 이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