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가작)] 선의 취향 - 이승민
선의 취향 / 이승민 미오가 선의 곁을 떠난 지 오늘로 100일째다. 누군가와 헤어진 지 100일째 되는 날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잠시 생각해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다. 선은 오늘도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눈을 떴다. 명암 차이가 거의 없는 창문의 안과 밖. 안팎으로 조밀한 어둠만 가득한 지금은 한참을 쳐다봐도 벽과 창틀의 경계가 모호하여 어디까지 창문이고 어디부터 벽인지 아른거렸다. 미오와 헤어진 후 좀처럼 쓰지 않는 어두운 색 벽지를 사와 도배를 새로 한 탓이 크다. 하루 종일 밥도 거른 채 도배를 하는 동안에는 잡념이 비집고 들어오질 않으니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창문을 볼 때마다 창틀과 벽의 경계를 뭉갠 어정쩡한 벽지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