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 - 이서수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 / 이서수 P가 그 빈티지 옷가게에 대한 말을 꺼냈을 때 우리는 트래비스의 앨범을 듣고 있었다. 출시된 지 족히 십오 년은 되었을 S시리즈 모델의 차는 스피커 상태가 매우 조악했고 에어컨은 시원찮게 작동했으며 창문을 닫아도 외풍이 있었다. 스튜디오에선 녹음되지 않았을 각종 잡음을 스피커는 산발적으로 섞어서 들려주었다. 그런 탓에 최신 앨범조차 퇴락해 버린 느낌을 풍기기 십상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화산재로 뒤덮인 선율이 연상될 정도였다. 치르르 떨리는 드럼에서 잿개비가 우수수 떨어졌을 때, P가 그 엉뚱한 말을 꺼냈다. P는 빈티지 옷만 입었고 새 옷은 절대로 입지 않았다. 새 옷을 입은 사람은 어쩐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게 그가 말한 이유였고 새 옷에서 풍기는 염료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