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일 잘하는 요즘 애들 / 전예지
일 잘하는 요즘 애들 / 전예지 프린터기가 또 말썽이다 이 애물단지를 버리든가 고치든가 이게 대기업의 수준인가요? 하루에 기본 다섯 번을 1층에서 2층으로 걸어야 하는 에스컬레이터 아니면 계단으로 왼쪽 끝 후문 쪽에서 오른쪽 끝 정문 쪽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프린터기를 하나 놔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될 텐데 겨우 몇 십 만원이 아까워서 사람을 갈아 버린다 두 여자는 욕이란 욕을 다 입에 담지만 차마 입을 벌리진 못한다 멋쩍게 서로 한숨만 쉴 뿐 낡고 늙은 마트에 새로 생긴 텅 빈 매장의 취급은 이 정도 [자리 비움] 자기는 왜 자꾸 마음대로 자리를 비워? 일하기 싫어? 하필 매니저가 없는 날 혼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본부장이 찾아온다 억울한 아르바이트생은 그나마 매니저보다 깡다구가 있다 프린터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