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폐차 / 장희원
폐차 / 장희원 창밖에는 승용차가 멈춰 서있었다. 정호의 눈높이에 닿는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차는 헤드라이트를 꺼둔 채 공터 한구석에 있었다. 차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컨테이너 하우스의 바깥뜰에는 하얀 눈가루가 엷게 덮여 있었다. 정호는 물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 위에 주전자를 올렸다. 주위가 온통 논밭인 외곽 지역인 이곳에는 이따금 저런 차들이 지나가곤 했다.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게 검붉거나 차체가 낮은 차들.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다가 잘못된 장소에 온 것 마냥 차들은 그의 집 앞에서 서서히 속도를 늦추다가 멈추곤 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차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위해 숨을 죽이는 것처럼 제자리에 머물다가 다시 시동을 켜 떠났다. 정호는 마당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