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전쟁의 시간 / 주민현
전쟁의 시간 / 주민현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며 싸락싸락 소리가 났다. 라디오에서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앵커의 목소리가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쁨과 안도가 터무니없이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언덕을 넘어가고 있는 군인들의 긴 행렬을 떠올렸다 바게트 굽는 냄새가 식탁 위로 흘러 넘쳤다 하지만 불안이 커튼처럼 남겨져 있었다 어쨌거나 다시 자랄 것이다 식물이나, 아이나, 어둠 속에 수그린 수련이나, 오래 구겨져 있던 셔츠 같은 것이 교사나 수렵꾼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생활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뜯어진 커튼처럼 그렇게 남겨져 있었다 어머니는 인간이 물고기로부터 태어난다고 믿었다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끝내 믿을 수 없어 했다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반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