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켄의 세계 / 최은
켄의 세계 / 최은 켄이 보따리장수처럼 초라한 진심을 늘어놓은 것을 후회하기도 전에 여자들은 옷을 재빨리 꿰어 입고 그 방을 떠났다 바비에겐 다른 공기가 있었다, 승려처럼 성냥탑 쌓기에 열중하는… 켄은 바비의 몸에 자신의 진심이 담겨버린게 두려웠다 연희가 진정 바라는 건 충실한 신하인지 증명해보라는 성의일 것이다 하지만 성형이라니… 카페 유리창 건너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보다 갸름했고, 피부가 희었고, 생각해보니 코도 더 얄쌍했다 귀족적 아이덴티티까지 코히시브젤처럼 이식할 병원을 알아봐야겠다 진한 커피는 꼭 사약 같다. 켄은 사극에서 머리를 산발한 죄인들이 들이키는 흰 사발을 떠올리며, 진갈색 액체를 머금었다. 윽, 재떨이 헹군 물 같군. 감각은 솔직하고 정직하다. 아직은 본능적으로 단 음료가 더 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