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페이퍼 맨 - 김은희
페이퍼 맨 / 김은희 처음 종이를 먹었던 날을 기억한다. 중학교에서 치르는 첫 시험이었을 것이다. 평소 무관심하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돌연 나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머리가 상당히 나쁜 부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아버지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유능한 회계사였던 그에게 공부 못하는 아들이라니. 아버지는 같은 내용을 세 번 이상이나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버지는 요령 없는 간수처럼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나는 나대로 스스로의 머리 나쁨을 한탄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보고 싶었고, 이내 나를 혼자 두고 가버렸다는 생각에 원망스러웠다. 당시 내가 외우고 있던 과목은 역사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