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어느 오후 / 황병욱
어느 오후 / 황병욱 벚꽃잎이 가볍게 흩날렸다. 장인어른은 최대한 화를 누르며 내일 나와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 복도에서 전화를 끊고 창문 밖을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봄 햇살이 나른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간혹 바람이 벚꽃나무를 스칠 때마다 벚꽃잎이 살랑거리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가볍게 날아오르는 벚꽃잎은 허공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거센 비바람이 아닌 미풍에도 저렇게 가볍게 솟아오르는 벚꽃잎을 나는 눈으로 쫓고 있었다. 긴 유영을 마친 벚꽃잎이 아스팔트에 내려앉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그녀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가 맞는지 확인을 했다. 나는 누구인지 재차 물었고,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나야”라고 말했다. ‘나?’ 당연히 ‘나’이겠지. 나도 ‘나’이고,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