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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당선작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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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비평적 순간의 희열과 기쁨 대면…지금보다 더 정진하길

2024년 겨울은 한국사회가 문학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보인 시기였다. 크고 작은 독서 모임에서 노벨상 수상 작가의 책을 읽고 열띤 이야기를 나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모임이 아니어도 혼자 책을 읽고 생각한 것들을 끄적이면서 독서의 여운을 다독인 독자도 많았으리라. 이번 겨울은 유독 많은 이들이 비평의 순간을 경험한 시간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읽고/보고 느끼고 사유한 것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 골몰한 끝에 대상이 함축한 의미를 발굴·발명해내고 그것을 현재의 삶과 접속시켜보는 모든 과정이 비평의 순간이자 비평적 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평론부문에 투고된 응모작품들을 읽으며 당선작을 가려내는 심사 과정은 글쓰기 주체 각자가 경험한 비평적 순간의 희열과 기쁨을 엿보는 설레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 평론이 응모작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회화를 포함한 시각 예술에 대한 평론, 영화 평론, 문화 평론이 수 편씩 골고루 응모되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포착된 경향은 글쓰기 주체의 과감하고 능동적인 태도였다. 먼저 무엇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에 있어서도 최근작, 화제작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각자의 기준에 맞는 다양한 비평의 대상을 선정했으며,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기존의 합의나 객관적 사실에 끌려가기보다는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놓치지 않으면서 대상이 지닌 의미를 자기화, 현재화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비평이라는 장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비평적 글쓰기를 시도했다는 점은 비평 장르의 활성화를 위해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단점도 발견되었다. 자신의 비평적 사유를 초점화할 수 있는 표현력과 논리를 촘촘하게 전개해나가는 섬세한 문장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평적 사유를 소통과 공유의 장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거친 문장을 예리하게 다듬는 일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놓친 듯하여 아쉬움이 컸다.

올해 평론부분은 수상작 없음으로 심사를 마감했다. 황정은의 소설을 다룬 ‘구조되는 수명, 플랫폼으로서의 소설’, 정영수의 소설을 다룬 ‘미래라는 신앙에서 현재 되찾기 정영수론’은 비평적 자의식과 평론으로서의 양식을 충분히 갖춘 글이었다. 선명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대상 작품이 지닌 현재적 의미를 톺아보는 시도가 비평가로서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다만 비평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와 섬세한 문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마지막까지 당선 여부를 고민하게 만든 글은 화가 손상기의 작품을 다룬 ‘영원히 바리케이드를 바라보는 조형언어-손상기‘의/와’ 로컬-장애-여성-회화‘였다. 손상기의 회화를 대상으로 한 미술평론으로서 비평 대상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는 비평적 감각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그러나 명료하게 설명되지 않은 용어와 표현들 그리고 불분명한 문장이 글의 흐름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고 결론부의 완결성이 미흡했다. 당선의 기쁨을 전하지 못하는 섭섭한 심사평 행간에는 신진 평론가를 향한 더 큰 기대와 믿음이 담겨있음을 전하며 지금보다 함께 더 정진하자는 말씀을 드린다.

심사위원 : 장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