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현대경제 신춘문예 시 대상]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 / 이사과
당선작>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 / 이사과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 하지만 난 감자들이 갓 태어난 양 같아 못 견디겠는 걸 땅속에서 뒤룩뒤룩 살을 찌운 몸뚱이 양수를 터뜨리고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멍한 눈들 감자를 양이라 우기면 지글지글 침은 고이지만 조금 참을 만해지는 걸 양들은 눈을 뜨자마자 창고로 옮겨지고 엄마는 가축들을 세심히 돌보지 어느 날 엄마는 양의 가죽을 벗겨 칙칙폭폭 거무틱한 화덕에 불을 지피네 화차엔 맵고 그을린 울음들 세차게 뿜어져 나오지 동생은 양의 염통에 소금을 뿌려 대지만 감자엔 포크와 설탕이 필요하고 온종일 일을 나갔다 감자 앞에 앉은 식구들 가슴에 뜨거운 달 하나씩 품고 데굴데굴 양을 셉니다 아릿한 꿈들이 뿔처럼 자라나는 이불 속 당선소감> 다시 리셋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