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거짓말 연습 / 백수린 거짓말 연습 / 백수린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 도착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여름에 집착하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꽃이 피고 지기는 했지만 날은 오랫동안 습하고 추웠다. 겨울이 길었던 만큼 여름이 다가오는 속도는 더뎠다. 책상 위에 놓인 우유나 떠먹는 요구르트 같은 것들이 쉽게 부패해갔다. 냉장고가 없는 나는 이틀에 한 번씩 장을 볼 수밖에 없었다. 기숙사에는 대부분 나처럼 곧 떠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방주인과 말을 섞지 않아도 떠날 사람과 떠나지 않을 사람은 쉽게 구분되었다. 떠날 사람들은 대부분 냉장고를 구입하지 않았다. 대신 대형마트 로고가 찍힌 커다란 장바구니에 식료품들을 담아 매일 저녁 창문 밖으로 매달.. 좋은 글/소설 5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