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영주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겨울 더덕밭 - 조호연
겨울 더덕밭 / 조호연 오름 하나 달팽이처럼 등에 진 마을 있다성산포에서 시오리, 돌아앉은 산간 마을첫눈이첫사랑인 양지분대는 밭 언저리 아서라, 옆 마을에 공항이 들어선다니!겨울잠 든 더덕밭 땅값도 들썩들썩멍하니일손을 놓고보느니 백약이오름 어질머리 세월 속에 치매 도진 저 어머니“메께라, 메시께라*, 내 땅이라, 내 몸이라”밭머리퍼질러 앉아더덕줄기 붙들고 있다 *메께라, 메시께라 : 글자는 다르지만 같은 뜻. 남이 하는 말이 기막히고 황당할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감탄사격인 제주 여인들의 전용어 올해도 멍하니 빈손인가 했습니다. 몇 장 남지 않은 탁상용 일력을 만지작거리는데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순자의 수신편(修身篇)에 ‘노마십가(駑馬十駕)’란 말이 있습니다. ‘무릇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