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오늘의 운세 / 권민경
오늘의 운세 / 권민경 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의 두 개의 무덤을 넘어마지막 날이 예고된 마야 달력처럼뚝 끊어진 길을 건너돌아오지 않을 숲 속엔정수리에서 솟아난 나무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수많은 손바닥이 흔들린다오늘의 얼굴이 좋아 어제의 꼬리가 그리워하나하나 떼어내며 잎사귀 점치면잎맥을 타고 소용돌이치는 예언, 폭포 너머로 이어지는 운명선너의 처음이 몇 번째인지 까먹었다 톡톡 터지는 투명한 가재 알들에서갓난 내가 기어 나오고각자의 태몽을 안고서 흘러간다물방울 되어 튀어 오르는 몽에 대한 예지한날한시에 태어난 다른 운명의 손가락눈물 흘리는 솜털들나이테에서 태어난 다리에 주름 많은 새들이내일이 말린 두루마리를 물고 올 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점괘엔나는 어제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