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그러면 그러라고 할지 / 강영선
그러면 그러라고 할지 / 강영선 시어른이 돌아가시고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집에서 안부 전화가 왔다 노인정에 가기는 어정쩡한 젊은 노인에게 방을 내주어도 되냐고 동네 이장이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마당의 빈터는 앞집에서 농기구를 갖다 놓아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샘가 감나무에 감이 무겁게 열리자 옆집에서 곶감을 좀 보내 줄 테니 감을 따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빈 닭장에 닭을 키우고 싶은데 그래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전기도 수도도 끊어 놓은 그 집에 물이 들어오고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동네에서 가장 밝은 집이 된 빈집 빈집의 주인은 빈집인데 멀리 있는 아들 내외에게 물어 온다 떼 내지 않은 나무 문패는 옛 주인의 이름으로 살아 있어 하늘 번지수를 동사무소 가서 물어야 할지 그러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