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설원 (雪原) / 김겸
설원 (雪原) / 김겸 끝없이 펼쳐진 눈밭이다바람이 마른 모래처럼 일어난 눈가루를 휘몰아간다저 막막한 눈밭에 단지斷指한 손가락으로정방형의 칸을 내어 너를 쓰고 싶다그 설원의 원고지에 무제無題라고 할너의 순일한 마음에 대해 쓸까영어囹圄에 갇힌 너의 죄 없는 욕망에 대해 쓸까새하얀 너를 앞에 두고 토해냈던내 먹물 같은 설움에 대해 쓸까저 막막한 눈밭에 단지한 손가락으로정방형의 칸을 내어 너를 쓰고 싶다그 설원의 원고지에 깨어나지 못한 너의침묵에 대해 쓸까이 쇠잔한 생에 표착한 너의 불운에 대해 쓸까외로워, 외로워 말하는 가오나시顔無し 같이 끼니마다밥을 보채는 너의 허기진 영혼에 대해 쓸까정해진 과오를 범하고 정해진 책망을 듣는 너의 차갑 게 굳어진 습習에 대해 쓸까저 막막한 눈밭에 단지한 손가락으로정방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