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엄마의 꽃밭 / 김광희
엄마의 꽃밭 / 김광희 종일 튀김솥 앞에 서서오징어 감자 튀기는 엄마밤늦게 팔에다 생감자 발라요. 그거 왜 발라?예뻐지려고웃으며 돌아앉아요. 얼마나 예뻐졌을까곤히 잠든 엄마 팔 걷어 봐요.양팔에 피어 있는 크고 작은 꽃들 튀김기름 튄 자리마다맨드라미, 봉숭아, 채송화.동생과 나를 키운 엄마의 꽃밭 팔뚝에 가만히 얼굴을 묻으면아릿한 꽃향기에눈이 촉촉해져요. "엄마 팔뚝에 남은 튀김꽃 그 꽃이 나를 만들었다" 우리 동네 이름은 쉰능골이다. 능이 오십 개라는 뜻이다. 그 능 속에 너는 있다고 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어느 왕족의 무덤을 파는 일이라 어렵고 설레고 기대도 크다. 무덤 위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며 풀뿌리들 잘라내고 조심스레 흙을 걷어내야 한다. 걷어내는 흙들은 네 모습을 쉬이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