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오른손 / 김인정
오른손 / 김인정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어. 전쟁 중 포로수용소였는데, 나치가 유태인 남자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어.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겨 죽여 버릴 것 같은 분위기였지. 그런데 그 유태인 남자가 두 손을 모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은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했어. 겁에 질려 있었지만 그 말을 하는 남자의 얼굴에서는 어떤 신념 같은 것도 느껴졌지. 남자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작업대로 가서 망치질을 하는 거야. 그 순간만큼은 죽음을 앞둔 죄수가 아니라 의자를 만드는 장인 같았어. 뭐라도 할 수 있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거지. 의사는 테니스 엘보라고 했다. 테니스를 친 것도 아닌데, 라는 구태의연한 물음에 그 역시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웃음을 흘리면서였다. 이렇게, 하면서 의사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