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깊은 숨 - 황혜련
깊은 숨 / 황혜련 남자는 백일홍 가지를 꺾어들고 앉아있었다. 구부정한 그의 등 뒤로 저녁 해가 서서히 내려앉았다. 남자는 배드민턴을 치러 가는 길이었는지 배롱나무 둥치엔 큼직한 라켓 가방이 놓여 있었다. 나는 남자를 향해 다가가던 걸음을 멀찍이서 멈추고 그를 좀 더 지켜보았다. 남자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백일홍다발을 왼손에 옮겨 쥐고는 그중 한 가지를 빼내어 바닥에다 대고 끼적거렸다. 가지가 움직일 때 분홍꽃잎이 따라서 한들거렸다. 남자는 나를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그렇게 달래고 있었다. 꽃가지들도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소일 삼아 꺾었을 것이다. 남자는 그것도 시들한지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남자가 고개를 쳐들 때 언뜻 사장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나는 강하게 도리질쳤다. 사장일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