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빈 세상을 넘어 / 나규리
빈 세상을 넘어 / 나규리 오랜만에 말바우 시장을 찾았다. 코로나를 핑계로 계속 미뤄온 귀향이었다.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만 다를 뿐 비슷한 표정을 가진 상인과 손님이 보였다. 그들은 저마다 짙은 억양과 험한 표정으로 흥정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눈가를 휘며 덤을 챙겨 줬다. 오늘 같은 장날이면 코로나와 상관없이 인파는 더 몰렸다. 시장길에는 축산물 센터에 매달아 놓은 고깃덩이 냄새, 수산물이 품고 온 비릿한 냄새, 말린 고추와 산야초의 텁텁한 냄새가 났다. 그것들은 걸을 때마다 서로 얼기설기 엉겼다. 봄에는 모종을 사러 온 손님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더디지만 그만큼 생기가 돌았다. 부모님은 시장 어귀에서 40년째 손두부 집을 운영했다. 가게에서는 늘 두유 냄새가 풍겼다. 이 장사는 호황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