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나비 / 서현경
나비 / 서현경 마지막 나비의 날개가 미세하게 떨렸다. 날갯짓보다는 경련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마른 종잇장처럼 내려앉는 나비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도 정우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나비들을 모아둔 통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몇 분을 더 기다렸다. 넓은 통의 바닥에 흩어진 나비들이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정우는 뚜껑을 열었다. 책상 위에 깔린 습자지 위에 죽은 나비들을 조심스럽게 쏟아냈다. 간혹 날개에 붙은 가루들이 날리기도 했지만 정우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에 대부분이 모양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핀셋을 들고 나비들을 겹치지 않게 펼쳤다. 곧바로 나비를 분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수집한 나비는 배추흰나비, 긴은점표범나비, 참산뱀눈나비였다. 나비는 종류별로 나뉘었지만 그녀에게 이 작업은 종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