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위험 수목 - 노국희
위험 수목 / 노국희 물음으로 짜인 나무 그늘에 앉아있어긴 오후가 지나가도록지금 나뭇잎 한 장이 세상의 전부인왕개미 옆에서나의 주인이 되어주세요헤프게 구걸도 해보았다당신의 삶을 훔치는 것으로도벽을 완성하고 싶었어알록달록 실패들을 엮어 만든 바구니를 들고저기서 당신이 걸어온다마른 생선 하나를 내어주고는가던 길을 간다비릿한 기억이 손 안에서 파닥거린다목이 없는 생선이 마지막에 삼킨말들이 마른 비늘로바스러진다낡은 허물 위로 매미소리가 내려온다울어본 기억만 있고소리를 잃은 말들이그림자 속에서 가지를 뻗는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징검다리 양 끝단에 노부부가 서서 들리지 않는 말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발을 구르다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집니다. 맞은편 사람은 내내 어리둥절한 표정입니다. 세상의 모든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