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김용태 / 녹(綠)
녹(綠) 김용태 경운기는 늙은 소처럼 엎드려 있었다. 사내는 양수기를 꺼내 경운기 헤드 위에 연결한 뒤 스타칭 막대를 플라이휠에 꽂았다. 플라이휠을 돌리다 이른 타이밍에 스로틀 밸브를 놓았다. 초조한 마음과 달리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일분일초가 아쉬웠다. 세 번째 시도 끝에 경운기는 밭은 기침소리를 냈다. 헤드가 서서히 열기를 띠었다. 트레일러에 양수용 호스, 나락포대, 방수포, 삽을 싣고 보를 향해 경운기를 몰았다. 국도에는 차 한 대 다니지 않았다. 사내는 기어를 고속 모드에 놓았다. 해가 뜨기 전에 물을 퍼내야 했다. 어둠이 걷히기 전에 사체를 찾아내야했다. 사내는 굴속에 매몰된 자식을 찾아 다시 굴을 파고 들어가는 심정이었다. 경운기는 천공기가 되어 어둠을 파나갔다. 별들이 떠있지 않은,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