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다령이가 말한 하늘 / 김용준
다령이가 말한 하늘 / 김용준 이사하던 날 엄마는 제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전 괜찮았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어디든 익숙해집니다. 엄마는 저를 안고 미안하다 말할 때가 많았습니다. 처녀보살인 엄마가 나를 낳아서 내가 대신 벌을 받는 거라며. 전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을 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갖지 않았던 것이 없다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가끔 하늘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을 때가 있을 뿐입니다. 끝없는 하늘, 끝이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제가 열두 살이 된 지금, 엄마가 저를 안아 줄 때 전에 없던 뱃살이 저를 밀어내지만, 엄마는 여전히 처녀보살이라고 불립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점을 잘 안 봐. 단골들도 싼 부적만 찾고.” 이사 온 집은 경사진 곳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