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도르래, 빛을 물다 / 박수근
도르래, 빛을 물다 / 박수근 한 치 틈도 허여 않고 흙과 돌 살을 맞댄 성곽 안 둘레길엔 넘지 못할 선이 있다 배흘림 성벽을 따라 나부끼는 저 깃발들 밑돌은 윗돌 받치고 윗돌은 밑돌을 괴고 저마다 가슴에는 난공불락 성을 쌓는, 팔달문 층층 불빛이 도르래에 감긴다 망루에 올라서면 성채 너머 또 다른 성 가납사니 군말 아닌 실사구시 공법으로 날마다 허물고 쌓고 허물어선 다시 쌓고 장안문 홍예(虹霓)를 짓던 옛 사람은 어디 갔나 그때 그 거중기로 들어 올린 금빛 아침 빗살문 빗장을 따고 성문 활짝 열고 싶다 투박하지만 정감가는 옹기같은 시조 쓰고 싶어 고등학교 재학시절 가곡 ‘성불사의 밤’ 가사가 동문 대선배이신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시조에 곡을 붙인 것을 알고 시조에 매료되었습니다. 지금도 창작에 골몰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