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돋보기의 공식 / 우남정
돋보기의 공식 / 우남정 접힌 표정이 펴지는 사이, 실금이 간다 시간이 불어가는 쪽으로 슬며시 굽어드는 물결무심코 바라본 먼 곳이 아찔하게 흔들리고 가까운 일은 그로테스크해지는 것이다 다래끼를 앓았던 눈꺼풀이 좁쌀만 한 흉터를 불쑥 내민다 눈꼬리는 부챗살을 펼친다 협곡을 따라 어느 행성의 분화구 같은 땀구멍들, 열꽃 흐드러졌던 웅덩이 아직 깊다 밤이라는 돋보기가 적막을 묻혀온다 달빛이 슬픔을 구부린다 확실한 건 동근 원 안에 든 오늘뿐, 오무래미에 샛강이 흘러드는 소리, 쭈뼛거리는 머리카락이 먼 소식을 듣고 있다 몰라도 좋을 것까지 확대하는 버릇을 나무라지 않겠다 웃어본다 찡그려본다 쓸쓸한 표정을 지어본다 눈(目)에도 자주 눈물을 주어야겠다고, 청록 빛 어둠이 내려앉는 저녁지금 누가 나를 연주하는지주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