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봄 - 한상록
봄 / 한상록 보십시오. 내게 빈 하늘을 열어가벼운 마음 옷차림으로 흙을 밟게 하십시오어디선가 두엄 지피는 향내 그윽하고새살 돋는 들풀의 움직임 간지럽지 않습니까돌아오지 않았던 아이들의 목소리가꿀벌의 잉잉거림 속에 묻어오고겨우내 강을 건너지 못했던 나무들의 희미한 그림자가아지랑이 실핏줄로 살아나지 않습니까잃은 것이 있다면 내 뜰로 와서 찾으시지요이제 내 뜨락에 샘을 내므로흩어진 목숨붙이들 찾아 모으려 합니다바람만 드나들던 수족관을 가셔내고 맑은 수면에다튀어오르는 날빛 지느러미를 풀어놓으면찰랑거리는 햇빛을 입고 내 생의 물보라 아름다울 겁니다옥상에 내어걸린 빨래 나날이 눈부시어가고누군가가 돋움발로 벗어붙힌 몸을 넘겨다 보면산록의 묵은잠을 흔들어 놓을아스라한 진달래향 더욱 곱지 않겠습니까저 만치 다가오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