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마기꾼 / 이윤정
마기꾼 / 이윤정 학원에 다녀와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를 보는 엄마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콧잔등을 구기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 표정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려고 하자 엄마가 나를 불러세웠다. "배솔지, 요즘 너 점심 시간에 밥을 안 먹고 거의 다 버린다고 선생님한테서 연락 왔더라. 너 왜 밥을 안 먹고 그러니?" 선생님은 또 왜 그런 것까지 엄마한테 알려주시고 난리야. 짜증이 나서 표정이 일그러지려는 것을 애써 바로잡고 말했다. "그냥, 점심 시간에 배가 별로 안 고파." 나는 거짓말에 영 소질이 없다. 이렇게 거짓말을 해야 할 땐 안 들키기 위한 나만의 방법 두 가지만 생각했다. 목소리 떨릴 수 있으니까 짧게 말하기. 엄마랑 눈 마주치지 않기. 둘 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