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 무덤이 조금씩 / 위수정 무덤이 조금씩 / 위수정 베티 스미스. 1877-1916. 비석 양쪽 끝에는 작은 새가 마주보는 모양으로 음각되어 있었다. 아랫부분은 이끼가 피어올라 얼룩이 심했고 표면은 오랜 시간 마모되어 글자가 희미했다. 비석 중앙에는 여자의 얼굴이 각인되어 있었다. 살짝 왼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귀 앞으로 늘어뜨린 곱슬거리는 머리칼과 길고 오뚝한 콧날에 눈이 갔다. 마모가 심한 다른 부분에 비해 유독 여자의 얼굴이 조각된 부분만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이름 밑에는 ‘배우’라고 적혀 있었고 이어서 ‘드루리 레인의 작은 보석’이라는 글귀가 보였다. 진욱과 나는 이 ‘작은 보석’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체구가 작았던 거 아닐까. 진욱이 여자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아니야. 조연 배.. 좋은 글/소설 8년 전